일요일 오후
- 치매행致梅行 · 171
洪 海 里
이제까지 한평생 75년
46년을 함께 산 한 생生인데
아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남편이란 사내
일요일 하루 종일 두 사람이 부딪치는 일상
한평생 한 말이 한 말이 아니라
몇 말이 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할 말이 많이 남아 있겠는가
오전을 무사히 보냈으니
마음이 놓인 탓인가
오후 세 시 반
촐촐한 참에 막걸리 한 병을 꺼내다
홀짝이고 있는 사이
밖으로 나가는 사람
내가 얼마나 더 늙고 낡아야
그 사람 속을 알 수 있을까
지금 알고 있다 해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데
말라가는 웅덩이에서 힘없이 퍼덕이며
물끄러미 바라다보는 피라미 한 마리
혼자 견디다 가자며 막걸릿잔을 들이켭니다.
* 월간《우리詩》 2016.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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