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2021)

일요일 오후

洪 海 里 2022. 4. 16. 10:56

일요일 오후

- 치매행致梅行 · 171

 

洪 海 里

 

 

 

이제까지 한평생 75년

46년을 함께 산 한 생生인데

아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남편이란 사내

일요일 하루 종일 두 사람이 부딪치는 일상

한평생 한 말이 한 말이 아니라

몇 말이 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할 말이 많이 남아 있겠는가

오전을 무사히 보냈으니

마음이 놓인 탓인가

오후 세 시 반

촐촐한 참에 막걸리 한 병을 꺼내다

홀짝이고 있는 사이

밖으로 나가는 사람

내가 얼마나 더 늙고 낡아야

그 사람 속을 알 수 있을까

지금 알고 있다 해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데

말라가는 웅덩이에서 힘없이 퍼덕이며

물끄러미 바라다보는 피라미 한 마리

혼자 견디다 가자며 막걸릿잔을 들이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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