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시집『치매행致梅行』읽기 / 여국현(시인)
오늘도 한 권의 시집을 읽는다. 아니 삶을 본다. 일흔여덟 노시인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부인에게 바친 연서. 시집 제목이 (홍해리, 황금마루, 2015) 이다. 치매(癡呆)가 아니다. 까닭은 동봉한 "시인의 말"을 참고하시길. 150편의 시가 두툼한 시집 한 권을 채우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소넷 연작시 Sonnet이 154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는 테니슨의 In Memorium이 134편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 사랑이건 죽음이건 한 존재의 삶을 제대로 사랑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마음 시간은 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달리 말이 필요없다. 해에 무슨 조명이 달리 필요할까. 삶이 그저 글이 되고, 그 글이 그저 시가 되는 순간을 산다는 것, 누구에게도 아프기만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