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일보 / 2022. 06. 08. 해질녘 허수아비 홍해리 사내도 때로는 나락에 떨어져 시커멓게 울고 싶은 때가 있다 한평생이 독같이 외로운 길이었다면 남은 길은 또 어떨지 울지 않는 은자隱者의 북을 두드리면서 홀로 고요해지고 있는 저 들녘의 저녁녘 밥상은 이미 차려졌는데 너덜거리는 옷때기 한 자락 걸치고 허수어미도 없는 텅 빈 논배미 한가운데 바람 맞으며 서 있는 나! * 허수아비 서 있는 들녘에 왜 허수어미는 없는 것인지 이제 알겠다. 외롭지 않다면 허수아비가 될 수 없고 외로운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원래 어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홍해리 시인은 다른 작품 '허수아비'에서 “나이 들면 그리움도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이 들면 무서운 것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막상 나이 들고 보니 가진 것이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