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기 11

화사기花史記

화사기花史記 洪 海 里 하나 처음 내 가슴의 꽃밭은 열여덟 살 시골처녀 그 환한 무명의 빛 살 비비는 비둘기 떼 미지의 아득한 꿈 흔들리는 순수의 밀향密香 뿌연 새벽의 불빛 즐거운 아침의 연가 혼자서 피아프게 뒤채이던 늪 아침까지 출렁이며 울부짖는 꽃의 바람, 드디어의 개문開門. 둘 꽃밭의 꽃은 항상 은밀한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나의 눈썹은 현악기 가벼운 현의 떨림으로 겨우내 기갈의 암흑 속에서 눈물만큼이나 가벼이 지녀온 나약한 웃음을, 잔잔한 강물소리를, 그리고 있었다 조용한 새벽을 기다리는 꽃씨도 꽃나무도 겨울을 벗고 있었다 눈은 그곳에도 내리고 강물 위에도 흔들리며 쌓이고 있었다. 셋 내가 마지막 머물렀던 꽃밭엔 안개가 천지 가득한 시간이었다 돌연한 바람에 걷히는 안개 내해의 반짝이는 시간의 둘레에..

시집 『花史記』 발문 / 양채영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문학사)  梁 彩 英 (시인)  내가 洪兄을 알게 된 것은 한 십년 되지 않나 한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랫동안 우의를 지켜온 일이 서로 고마울 뿐이다.  내게 이 어려운 글을 맡겼을 땐 아무래도 내 필력으론 엄두가 나지 않았다.어찌 생각하면 그가 좋아하는 술 한잔을 하며 나누는 부담없는 얘기 정도로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이어서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결국은 쓸데없는 사족임이 분명한 이 발문이 그에게 누나 끼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늘 그를 만나면 그의 시단 데뷔에서 남다른 수난을 겪어야 했던 서러운이야기를 생각하곤 가슴 아픔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시에 대해 가지는 집념이나 오기는 악착같은 것이 있다.  그는 제1시집 『投網圖』 이후 많은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