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기 11

화사기花史記

화사기花史記 洪 海 里 하나 처음 내 가슴의 꽃밭은 열여덟 살 시골처녀 그 환한 무명의 빛 살 비비는 비둘기 떼 미지의 아득한 꿈 흔들리는 순수의 밀향密香 뿌연 새벽의 불빛 즐거운 아침의 연가 혼자서 피아프게 뒤채이던 늪 아침까지 출렁이며 울부짖는 꽃의 바람, 드디어의 개문開門. 둘 꽃밭의 꽃은 항상 은밀한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나의 눈썹은 현악기 가벼운 현의 떨림으로 겨우내 기갈의 암흑 속에서 눈물만큼이나 가벼이 지녀온 나약한 웃음을, 잔잔한 강물소리를, 그리고 있었다 조용한 새벽을 기다리는 꽃씨도 꽃나무도 겨울을 벗고 있었다 눈은 그곳에도 내리고 강물 위에도 흔들리며 쌓이고 있었다. 셋 내가 마지막 머물렀던 꽃밭엔 안개가 천지 가득한 시간이었다 돌연한 바람에 걷히는 안개 내해의 반짝이는 시간의 둘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