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와 蘭

<蘭칼럼 2> 고창의 춘란을 찾아

洪 海 里 2006. 11. 26. 07:18

고창의 춘란을 찾아


 洪 海 里


 난초는 풀이다. 산야에 자생하는 야생초를 사람들이 가까이 옮겨 놓고 인격과 의미를 부여해 왔기 때문에 사군자의 하나인 난이 된 것이다.

 난과식물은 식물학상 단자엽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된 고등식물로 전세계에 3만여 종이 있다. 난꽃은 그 자체가 사랑의 형상이며 꽃말은「미인」이다. 난을 이야기할 때 동양란이다 서양란이다 하는 것은 식물학상의 분류가 아니고 관습상 편리하게 불러 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동양란이란 한국·일본·중국에 자생하는 사철 푸른 잎의 심비디움 계통의 난을 칭하는 말로 쓰여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걸쳐 90여 종의 난이 자생하고 있다. 봄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報春花, 즉 春蘭은 서해안의 백령도를 북방한계선으로 하여 충남의 태안반도로부터 전남북과 경남북의 해안 도서지방으로 이어져 동해안의 영일만과 울릉도에 이르기까지 분포되어 있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지금은 충북의 내륙지방에서도 난이 발견되고 있다.

 자생지에서는 대개 3월 중순부터 5월초까지 수수한 이파리 사이에 콩나물을 닮은 꽃대를 뽑아올려 수줍게 꽃을 피워 낸다.

 우리 선조들이 난을 가까이한 역사를 살펴보면 서민들이야 먹고사는 일에 쫓겨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사대부 집안의 선비, 시인 묵객들이 난을 시문이나 묵화로 남겨놓은 것을 보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멀리는 신라 말기 최치원의「유감」이란 시에 난이 등장하고, 고려시대에는 이규보, 정몽주, 이인로, 정도전 등의 문집에 자주 나타나 있다. 조선 세종 때 강희안이 지은『양화소록』에 와서야 우리 자생 춘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다. 추사나 흥선대원군의 난화가 유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현대에 와서는 가람, 석정, 미당, 목월, 혜산 시인 등이 난을 읊은 시작품이 많으며 최근에는 젊은 시인들도 난을 가까이하며 시로 엮어 놓고 있다.

 우리에게는 난 문화가 아직 정립되지 못한 형편이다. 앞으로 난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한편 문화적인 면에까지 확대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난을 찾아가면서 관광도 할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는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에 있는 고찰인데 정읍이나 고창에서 버스로 들어가면 된다.  정읍이나 고창의 어느 산에 올라도 난은 지천으로 널려 있으나 기왕이면 선운사로 가서 관광까지 겸하는 것이 좋다. 선운사 입구 오른쪽 밭에 미당 서정주의 시비가 있고 절에 들어서면 고찰의 냄새가 물씬 난다. 절 뒤의 동백나무숲은 기름기가 잘잘 흐른다. 도솔암으로 가는 길을 따라 오르다가 오른쪽 계곡으로 난 길을 타고 동남향의 소나무숲의 산을 뒤지든가, 도솔암 뒷산엘 오르면 무더기로 모여 있는 춘란을 만나게 된다. 집에 모셔다 길러볼 만한 것을 만나는 인연이 닿으면 몇 포기 캐서 신문지에 싼 다음 뿌리가 꺾이지 않도록 조심해서 가지고 오면 된다.

 하산 길에 절 입구에 있는 노천 음식점에서 도토리묵과 막걸리 한잔으로 피로를 풀어도 좋고, 숙대 국문과 출신의 박숙희 여사가 경영하는「동백장」(지금은 호텔)에서 살살 녹는 풍천 장어구이로 영양 보충을 하고 돌아오면 다시 가고 싶은 멋지고 추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1988.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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