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와 蘭

<시> 蘭詩 네 篇 / 洪海里

洪 海 里 2006. 12. 2. 04:51

<蘭詩 네 篇>

 

희란姬蘭

 

 

그녀는 혼자다

늘 호젓하다

 

소나무 아래서나

창가에서나

 

달밤엔 비수

그 푸른 가슴

 

창 안에 어리는 별빛

모두어 놓고

 

그녀는 호젓하다

늘 혼자다.

 

 

 

소란小蘭

 

 

계집이야

품는 맛

 

나긋나긋

고분고분

 

가냘프고

소슬하고

 

눈길 한 번 던져 놓고

다시 안는 너

 

차라리 안쓰럽고

그윽하고.

 

 

 

홍란紅蘭

 

 

너를 보면

숨이 멎는다

 

가슴속으로 타는

불꽃의 교태

 

심장을 다 짜서

혓바닥으로 핥고

 

하늘에 뿜어 올렸다

다시 초록으로 씻어

 

피우는 불꽃

너를 보면

 

숨이 멎는다

현기증이 인다.

 

 

 

나도풍란

 

 

전신을 들내놓고

애무를 한다

 

익을 대로 다 익어

터질까 말까

 

농염한 나신

흐르는 젖물

 

천지간에 못 다한

막막한 그리움이

 

향기 하나로

천리를 혼절시키고.

 

(『梅蘭山芳』1987.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