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황홀한 봄날

洪 海 里 2006. 12. 5. 02:55

황홀한 봄날 

 

 

 

洪 海 里

 

 

 

우이도원牛耳桃源 남쪽
100년 묵은 오동나무
까막딱따구리 수놈이
딱딱딱, 따악, 따앆, 따앜,
빨간 관을 자랑하며
동쪽으로 문을 내고
허공을 찍어 오동나무 하얀 속살을
지상으로 버리면서
집짓기에 부산하고,
암놈은 옆의 나무에서
따르르르, 따르르르, 옮겨 앉으며
딱, 딱, 딱,
먹이를 캐고 있다
새들마다
순금빛 햇살에 눈이 부셔
물오른 목소리로 색색거리고,
연둣빛, 연분홍, 샛노랑 속에
세상을 오르고 내리면서
버림으로써, 비로소, 완성하는
까막딱따구리의
황홀한 봄날.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나무위키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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