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사랑의 뿌리

洪 海 里 2006. 12. 5. 03:13

사랑의 뿌리

 

洪 海 里



지난 봄날 나는 너를 보냈다
그 동안 든 정 때문에 찰칵
마지막 사진을 찍고 

모를 것이 정이라고
그간 서로 붙어 살아왔다고
떠나려 하지 않는 너
단호하게 결별을 선언했지만
뿌리는 두고, 너는
몸만 가버렸다
필요 없는 사랑은 화근거리
사랑이면 은밀히 묻어두었을 것을
사랑의 오독이었을까
시간이 가면
뿌리도 저절로 솟아오르리라
지층 깊이 박혀 있는 너를 보내려
다시 입 꽉 다물고 촬영을 하고
몽혼을 하고
집게로 뿌리를 물고 뽑아올린다
바르르 바르르 몸이 떨리고
자지러질 듯 혼절할 듯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너도 나도 울고 있었다
나도 너를 떠나보내기 아쉬웠던가
재차 마취를 하고
무지막지하게 떨치려 해도
옴짝달싹도 않던 너---
드디어 손을 놓고 너는 울었다
너 있던  자리 얼기설기 꿰매고 
허탈과 통증으로 일그러진 한밤
시커먼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온다

너의 흔적이, 너의 상처가,
뼛속의 적막이 온몸을 찍어누른다


사랑은 부드러운 힘, 
지독한
또는 
악랄한.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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