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해장술 한잔할까, 우리?

洪 海 里 2006. 12. 6. 16:35

해장술 한잔할까, 우리?


  洪 海 里



토막토막 끊긴 생각들이

밤새도록 빈집을 짓고 있었다

불타는 집을 짓고 있었다

새벽녘 불집 속에서 잠이 깨면

빈집은 이미 없다

세상은 있음과 없음으로 존재하고

높고 낮음으로 갈라지고

강하고 약함으로 싸우고 있다

가장 부드러운 견고함으로

눈물 젖은 절망의 파편들이

머리 속에 총칼을 들이대고 있다

악을 쓰던 간밤의 허망과

간 길 다시 간 생각으로

흔들리는 새벽녘

뿌연 안개치마에 감싸인 세상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으로

희망 하나 발가벗은 채 달려가고

냉수 대접 속에서 재생하는데

해장술 한잔할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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