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
가을이 깊어지는가
벌레소리 또르르또르르 소소하더니
벌써 소슬하니 말리고 있다
저녁이면 그믐달이
아쉬운 심사로 별 하나 데리고 나와
지상의 벌레소릴 접시에 주워 담고 있다
꽃들도 눈꼬리가 내려앉고
젖꼭지도 말라버렸다
흥건하던 물소리 잦아들고
메마른 바람만 들락이는 대지
지난 여름은
무성한 애무의 계절이었다
본능적인 사랑의 신음 속에서
추문의 흔적과 굴욕의 상처도
이제 슬픔으로 남아 익고 있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원형의 비상구를 닫아 걸고
깊은 잠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빛을 열매 속에 갈무리하고
제자리를 지켜야 하는 한 해의 고비
온다는 소식 없고 간다는 말뿐
사람과 사람 사이마다
절망의 물이 되기 위하여
잠시 죽음의 불 속에 드는
발자국 소리 더욱 또렷이 서고
높이로 승부를 하는 하늘
지상에 펼쳤던 모든 꿈을 담아
멀리 멀리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