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풀벌레 울음소리

洪 海 里 2006. 12. 6. 16:41

풀벌레 울음소리

 

빨갛게 독이 오른

고추밭에서

풀벌레들이 울고 있다

저놈들도 독이 올라

빨갛게 울고 있다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는데

아직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지

울음을 허공에 풀고 있다

돌아갈 길 못 찾아

등불 밝히고

손 없는 날 잡아 길 떠날까

서서히,

여름의 흔적이 지워지고

지상의 모든 꿈이 둥글게 익어

길 끝에 서고 있는,

가득한 들녘에 다 벗고 서서

두 눈을 가리워도

하늘은 투명한데

저놈들은 빨갛게 울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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