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울음소리
빨갛게 독이 오른
고추밭에서
풀벌레들이 울고 있다
저놈들도 독이 올라
빨갛게 울고 있다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는데
아직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지
울음을 허공에 풀고 있다
돌아갈 길 못 찾아
등불 밝히고
손 없는 날 잡아 길 떠날까
서서히,
여름의 흔적이 지워지고
지상의 모든 꿈이 둥글게 익어
길 끝에 서고 있는,
가득한 들녘에 다 벗고 서서
두 눈을 가리워도
하늘은 투명한데
저놈들은 빨갛게 울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