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 2
洪 海 里
때 씻을 두 말의 물과
마음 닦을 비누 일곱 개의 지방과
글 쓸 연필 아홉 자루의 연鉛과
정신의 방 한 칸을 바를 석회와
불 밝힐 성냥개비 2,200개의 인燐과
방 소독할 DDT를 만들 유황과
뼈 흔들리지 않게 칠 못 한 개의 철鐵로
평생을 수리하며 사는,
무한 임대로 빌려 살고 있는 집
빨아 널지 못하고 입고 사는 옷
남은 향香으로 싸목싸목 지는 꽃
쓰다 말고 놓아 둔 미완성의 詩
길 없어 길 찾아 홀로 가는 길
오오, 나의 몸,
한 줌의 비애여!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