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오오, 너 여자여

洪 海 里 2006. 12. 6. 16:52

오오, 너 여자여

- 누드 크로키

 

너를 직시하면서도

나는 딴 곳에 가 있다

능선을 구르다

골짜기로 빠지듯이

눈을 감으면

너는 손끝에서 피어나고

그 중심에서

나는 흔들린다

너는

대지, 그 흙이고 물이다

때로는 나비

소리 없이 우는 매미요

땅 속으로 부는 바람

타오르는 불길이다

이제 죽음 연습이나 하랴

절정에 피는 꽃이여

한 점의 시간을 위하여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저 정지된 시간에서

네가 날아가는 소리 들린다

내가 스미고 저미는 시간 속에

너는 칼날처럼 번득인다

늘 영원으로 반짝이는

내 원의 직선을 부러뜨리는 너

너의 서 있는 모습 아름답다

오오, 너 여자여

우주의 기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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