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어머니에게 문이 없듯
산은 언제나 열려 있는 집
새벽에 기어나갔다
어둠 속 그 품에 다시 안기면
포근함에 젖는 무심
나이도 없고
세월도 없고
말도 필요없어
다 벗어놓고 다 풀어놓고
자궁 속 아기처럼
아늑한 평화, 고요한 휴식의 초록빛
마음의 중심을 잡네.
황홀한 헛된 꿈 다 버리는
이곳은 어머니, 또는 하늘
맨가슴으로 맨땅이 어머니에게 엎드리고
맨몸인 하늘에 닿느니
깊고 넓고 높은 삶
서둘지 마라
꽃들은 꽃들대로
새들은 새들대로
넉넉히 사는데
네 얼마나 높겠느냐.
산은 천년을 하루같이 살고
나는 하루를 천년같이 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