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북한산

洪 海 里 2006. 12. 6. 16:51

북한산

 

어머니에게 문이 없듯

산은 언제나 열려 있는 집

새벽에 기어나갔다

어둠 속 그 품에 다시 안기면

포근함에 젖는 무심

나이도 없고

세월도 없고

말도 필요없어

다 벗어놓고 다 풀어놓고

자궁 속 아기처럼

아늑한 평화, 고요한 휴식의 초록빛

마음의 중심을 잡네.

황홀한 헛된 꿈 다 버리는

이곳은 어머니, 또는 하늘

맨가슴으로 맨땅이 어머니에게 엎드리고

맨몸인 하늘에 닿느니

깊고 넓고 높은 삶

서둘지 마라

꽃들은 꽃들대로

새들은 새들대로

넉넉히 사는데

네 얼마나 높겠느냐.

산은 천년을 하루같이 살고

나는 하루를 천년같이 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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