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너 여자여
- 누드 크로키
너를 직시하면서도
나는 딴 곳에 가 있다
능선을 구르다
골짜기로 빠지듯이
눈을 감으면
너는 손끝에서 피어나고
그 중심에서
나는 흔들린다
너는
대지, 그 흙이고 물이다
때로는 나비
소리 없이 우는 매미요
땅 속으로 부는 바람
타오르는 불길이다
이제 죽음 연습이나 하랴
절정에 피는 꽃이여
한 점의 시간을 위하여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저 정지된 시간에서
네가 날아가는 소리 들린다
내가 스미고 저미는 시간 속에
너는 칼날처럼 번득인다
늘 영원으로 반짝이는
내 원의 직선을 부러뜨리는 너
너의 서 있는 모습 아름답다
오오, 너 여자여
우주의 기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