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동백꽃 / 洪海里

洪 海 里 2007. 1. 10. 19:24

 

 

동백꽃

 

洪海里

 

 

간다 해도 

보내지 못하고

 

보내도

가지 못하는

 

너,

 

어느 날

몸을 던져

 

단숨에

목숨을 버리는

 

아름다운, 

황홀한 추락

 

절체절명의

낙화여!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예송리 동백숲

   - 甫吉島 詩篇 · 6

 

洪 海 里

 

 

나이 오륙십에 담배불이나 다독이고
잿불이나 살리려는 사내들은
겨울바다 동백숲을 와서 볼 일이다
떨어진 꽃송이 무릎 아래 쌓여
숯불처럼 다시 타오르고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은 먹어
다리께 이끼가 퍼렇게 돋고
허리도 불을 만큼은 불어
폐경을 했음직도 한 동백나무숲
저마다 더욱 왕성한 성욕으로
가지마다 꽃을 꽂고 모닥불로 타오른다
나이들수록 눈웃음이 곱고
잘 익은 보조개 샐샐거리며
저 막강한 겨울바다 파도소리
돌아오지 않는 사내들의 외침소리
맨몸으로 서서 가슴에 묻는
나이들어도 젊은 여자들이 있다
젊어도 늙은 사내들은
겨울바다 동백숲 앞에 서서
왼종일 동백꽃이나 볼 일이다
겨울바다나 바라볼 일이다.

 

 - 시집『淸別』(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