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스크랩] 『우리시』 2007. 4월호(제226호)

洪 海 里 2007. 4. 6. 04:05


추억, 두개의 짧고 긴 인상화

-송문헌 시인의 "노가다 바람굽이"와 "달빛바다를 쟁기질 하다"를 읽고.....이대의

 

  송문헌 시인의 작품은 자신의 내적 동기와 이를 촉발시키는 외적 계기에 의해 쓴 작품이 많다. 내적 동기와 외적 계기가 접촉하는 순간 영감을 얻어 하나의 작품을 결정하여 쓴 작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시인이 경험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삶의 고뇌가 배어 있다.

[우리시]에 발표하고 있는 "바람의 칸타타" 연작시는 대부분 직접 체험하며 겪었던 삶의 아픔이 배어 있는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은 바람의 모티브를 통해 하나의 줄거리를 가진 내용을 연작으로 구성하고 있다. 지난 호에 발표한 "노가다 바람굽이"와 "달빛바다를 쟁기질 하다"의 두 작품은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유의 작품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보안등 젖은 불빛 그 환영 속으로 점점 더 거칠게

바람굽이, 어둠의 포장을 흔들어 댄다

비탈진 골목 젖은 가랑이 속으로

흐느적 거리며 뱉어내는 이 강산 낙화유수

-송문헌 시인의 "노가가 바람굽이" 중에서

 

  이 작품은 노가다 판에서 막노동하는 김 씨의 절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는 일하던 사업체가 부도 맞아 일거리를 잃고 비 오는 날 포장마차에서 소주마시며 절망이 빠져 있다. 이러한 김씨의 절망적인 심정을 주변 환경이나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어둠의 포장"은 김 씨의 안식처를 상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공간은 바람 혹은 외풍이 거칠게 몰아쳐 흔들어 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김 씨의 삶의 여정을 "비탈진 골목길"이라는 공간을 내세워 김 씨의 막다른 삶의 여정을 간접적으로 비춰주는 등의 이미지를 내세워 김 씨의 심정적인 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의자 밑에 공구가방을 두고, "어둠 저편 골조만 앙상하게 버티고서 낡은 빌딩을 바라보는" 김 씨의 심정은 어땠을까? "비바람 매타작은 그칠 줄 모르고" 있는 상황이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이런 작품 유형 중에 "비바람 치는 날의 검은 인상화"는 노동의 고단함과 암울한 삶이 배어 있고, "소리를 위한 겨울 랩소디Rapsody"는 김씨가 새벽녘에 노가가 판에 일 나가는 소리를 형상화했다.

"골목을 내려가는 둔탁한 발자국 소리, 덜커덩 덜커덩 바람에 머리채를 흔들며 달려가는 기차소리, 멀리 끊일듯 이어지는 자동차 경적소리, 두부장수 왜장치는 소리, 이따금 녹슨 철대문을 흔들어 대는 바람소리" 이들 소리에는 김씨의 삶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이 오롯이 배어있다.

  이렇듯 노동의 아픔과 고단함이 배어있는가 하면 불교적인 선의 세계도 있고, 또한 여행이나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얻은 즐거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바다 은물결에 온몸을 헹궜는가 열아흐레 달

물기도 닦지 않은 채 두둥실 방죽포 바닷가

솔 숲 나뭇가지 사이로 눈웃음치네

 

멀리 소란스럽던 폭죽소리 멎은 지 오래

모랫벌에도 밤은 깊어

물결소리 달빛바람 그네를 탔네

알몸을 내어 놓은 춤사위 그칠 줄 모르네

-송문헌 시인의 "달빛 바다를 쟁기질 하네" 중에서

 

  이 작품은 필자에게도 추억이 서린 이야기다. 우이시 하계수련회 "일출민박"에서 있었던 황홀하도록 아름다웠던 밤의 풍경 말이다. 돌산의 해산물과 그 곳 주민들의 정에 취해 실컷 즐기다 이생진 선생님께서 저기 가보자 하여 따라갔던 곳, 정말 바다가 쟁기질 하고 있는 풍경이었다.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답던지...

  우리는 그 정취에 취해 필자는 기타치고 김판용 시인은 하모니카 불고, 지금 생각해도 설레는 시간이다. 그곳에서 필자가 펑소년기 때 한창 부르던 노래를 하면, 같이 따라하며 " 아! 그거 한창 때 많이 부르던 노랜데...." 하며 호응해 주었던 송문헌 시인. 그 시간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아마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추억이  묻어 있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 그 때 분위기를 살려 술 한잔 하고 싶어진다.

 

* 다음은 송문헌 시인에게 넘깁니다.

 

 

출처 : 우리시(URISI)
글쓴이 : 은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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