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계요등꽃 하나둘 지는 늦여름

洪 海 里 2007. 8. 21. 05:32

 

지루하게 지속되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끝나면서

지 지겹고 짜증나는 늦더위가 시원하게 끝나면 얼마나 좋았겠수?

어젯밤 모 방송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4계절의 뚜렷하다는 말을 끝내고

저 아열대의 나라들처럼 우기와 건기로 나눠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여름의 정체는 무엇인지

월남에 파병되어 사이공(현 호치민시) 근교에서 1년을 살아본 경험으로

정말 지구가 고장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며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가다가는 어제 이 지구에 예기치 못할 재앙이 올까 두렵다.


계요등(鷄尿藤)은 쌍떡잎식물 꼭두서니목 꼭두서니과의 낙엽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구렁내덩굴, 계각등이라고도 하는데, 산기슭 양지바른 곳이나 바닷가 풀밭에서 자란다.

길이 5∼7m이며, 어린 가지에 잔털이 나고 독특한 냄새가 나는데,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거나 달걀처럼 생긴 바소꼴이다.


꽃은 7∼9월에 피는데, 흰색 바탕에 자줏빛 점이 있으며

안쪽은 자줏빛이고 지름 4∼6mm, 길이 1∼1.5cm이다.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며 한방과 민간에서는

거담제, 거풍제, 신장염, 이질 등에 약으로 쓴다.

 

 

♧ 여름의 끝에서 - 권복례


산을 내려오는 발목이 시리다

올려다 본 하늘에는 초승달이 뜨고

숲은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지쳐있다

고추잠자리  몇 마리

내 주위를 빙그르르 원을 그리고

어디서 우는지 매미가

목청을 돋우며 울고 있다

계곡위로

몇몇이 앉아서 더위를 식히고

나도 발을 담그고 앉아

살아온 세월의 더께 같은 티눈

찬물에 담근다

머리 빨갛게 염색한 젊은이 둘이서

허리가 휘어지도록 안고

올라오고 있다

 

 

♧ 여름, 그 백치같은 - 하두자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던

하얀 백치 같은 그 여름날의

참혹한 노여움과 고독,

예고의 조짐도 없이

뼈마디가 기우뚱거린다

늑골의 갈라짐이 보여

살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

사지무력의 뼈를 뚫고 들어온

그 시행착오의 길에서

뒷걸음치고 싶어, 나는

끝나지 않는 아집

목에 잠긴 사슬

나의 기도문은

낡은 비디오테이프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삐걱삐걱 돌아가고 있다


리모콘처럼 사는 삶이 무지개인 양

착각하면서.


 

♧ 늦여름의 하루 - 김성수(金聖秀)

   

여름들판에 가보았다

살아있기에 치러야하는

모든 역설들을 담아낸 듯

탁한 물줄기가 묵묵히 흐르는 천변으로

바람과 잘 어울리는 나무들이

열 지어 늘어서고

규칙인지 불규칙인지 파악이 안 되는

그 사이사이로는

무료한 시간의 알갱이들이 떠돌고 있었다


하오 다섯 시 바쁜 차량행렬들이

모든 도로를 점거해 가는 시간

바쁨에도 더욱 여유부리는

내 얕은 오만 앞에서

태양은 더욱 당당하게

느린 차량 행렬들 사이로

단호한 자신만의 입지를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구석까지 데워내고

에어컨이 만들어내는 인공의 한기는

인조의 것들이 다 그렇듯이

생명 없이 온도만 낮추어

시원함과 고통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었다


거북한 냉기에 창문을 열었다

훅하니 덮쳐오는 열기

잠시지만 차라리

자연의 열기가 낫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역시 그것도 잠시

교통체증과 참을 수 없는 포도의 열기로

창문을 도로 닫고 에어컨에 의존해야했다

가다 서다 열다 닫다

지친 늦여름 오후의 행렬은

잔혹한 태양만큼이나 진부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몇 시간째일까

이후의 스케줄도 이제는 체념해야 할 때쯤

어찌어찌 목적지의 주차장에 차를 대려는 순간

푸르르 시동이 꺼진다

종일의 교통 체증 속에 기름이 바닥난 것이었다

통을 들고 주유소에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렇게 나도 어느 순간 어느 구석진 자리에서

삶의 시동이 꺼지는 날도 오겠지

그 때는 오늘처럼 목적지까지는 와 있을까


종일 시달리던 그 태양이 붉게 지고 있었다


 

♧ 여름, 그 찬란한 허무 - 홍해리(洪海里)

   

죽음을 앓던 고통도 허무도

뜨거운 태양 앞에선

한 치의 안개일 뿐.

또 하나의 허탈과

어둠을 예비하고

폭군처럼 몰고 가는 자연의 행진.

가을의 풍요론 황금 하늘을 위해

영혼의 불은 끝없이 타오르고

폭염으로 타는 집념의 숲

무성한 잎들의 요란한 군무소리,

모든 생애를 압도하는

천국의 바람

일상의 타협과 미련을 거부하고

폭풍으로 파도로

새벽의 꿈을 걸르던

경험의 손가락

무거운 열매를 접목하고 있었다.

 

 

♬ 옛 친구 - 김세환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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