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洪 海 里
洪海里님의 블로그에서
詩로 삶을 따뜻하고 향기롭게 꾸며
순수한 詩의 세상을 이룩하고저!
한 자리에 앉아 한평생 폭삭 늙었다
한때는 푸른 기운으로 이리저리
손 흔들며 죽죽 벋어나갔지 얼마나 헤맸던가 방방한 엉덩이 숨겨놓고 활개를 쳤지 때로는 오르지 못할 나무에 매달려 버둥거리기도 했지 사람이 눈멀고 반하는 것도 한 때 꽃피던 시절 꺽정이 같은 떠돌이 사내 만나 천둥치고 벼락치는 날개짓
소리에 그만 혼이 나갔겠다 치맛자락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지 숱한 자식들 품고 살다 보니 한평생이 별것 아니더라고 구르는 돌멩이처럼 떠돌던 빈털털이
돌이 아범 돌아와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을 뱉고 있다
곱게 늙은 할머니 한 분 돌담 위에 앉아 계시다.
사진 설명: 앞에 좌로부터 홍해리, 임 보,
채희문, 뒤에 박흥순, 이인평 시인.
(동아일보,2004.11.26.게재)
배경음악/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시/노천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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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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