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를 하며
洪 海 里
아버지 어머니는 풀벌레를 기르고 계셨다
두 분 누워 계신 풀집의 풀들을 베어내자
귀뚜라미 여치 메뚜기 방아깨비 베짱이
여기저기 펄쩍펄쩍 뛰며 항의하고 있었다
두 분 가실 때 나나 아우들의 모습이었다
기다려다오! 푸른 풀이 다시 돋아날 때를
달빛이 온 세상을 가득 채워줄 한가위면
온갖 열매 둥글게 영글어 향기로운 저녁녘
너희들을 다시 불러 모아 음악회를 열리니
기다려다오! 우주의 악사인 풀벌레들이여!
(2003.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