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참꽃여자 · 10

洪 海 里 2008. 4. 29. 11:42

참꽃여자 · 10
- '한오백년'을 들으며

홍 해 리

 

 


봄에 왔다 봄에 간 너의
침묵으로 피어나는 연분홍 아우성 앞에
무릎 꺾고 애걸하다 젖고 마는
눈물 맑은 손수건 다 펼쳐 놓고
싸늘한 바람도 잠깐, 꽃불이 붉어 무엇하리
피고 지는 게
다 이루지 못하는 세상일 줄이야
너를 보는 건 영원한 나의 오독誤讀이구나
물도 한껏 오르지 못한 하늘하늘 꽃이파리
파리한 볼 서늘한 불로 태우고
그렇게 왔다 갈 걸 왜 왔느냐고
발걸음 멈추고 머뭇거리는 바람
화장도 하지 않은 민낯으로 서서
마냥 사무치는 그리움 이냥 삭아내리는데
산등성이 지는 해, 네 앞에선
어찌 절망도 이리 환한지
사미니 한 년 산문에 낯 붉히고 서 있는가
한오백년을 술잔으로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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