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를 위하여
홍 해 리
영자의 소리는 살아 있는데 얼굴이 없어
어릴 적 고향에서
'영자야, 들어와 밥 먹어라' 할 때나
'가마 타고 장가가기는 영 글렀네' 라 노래할 때
'영자'의 영자나
'영 글렀네'의 영자나
'영'자는 '영'자가 아니었다
ㅏ 다음에 ㅑ, ㅗ 다음에 ㅛ이듯
ㅡ 다음에는 =가 돼야 하지
=의 위아래에 ㅇ을 붙이면
고향사람들이 영자를 불러들일 때든
노총각들 신세타령 노래 부를 때
영자의 얼굴을 만날 수 있지
이런 소리 귀뜨는 이도 있겠지만
영자의 얼굴이 없어서야 쓰겠는가
영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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