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돌산 갓김치

洪 海 里 2008. 4. 29. 11:49

돌산 갓김치

홍 해 리

 

 


눈 속을 뚫고 온 돌산 갓김치
입 안에 넣자
톡! 쏘는 맛이 상쾌하다
추위를 견디고 난
토라진 계집처럼 매콤하다
몇 번 씹으면
금세 코끝이 찡하고
금새 한 마리 눈물을 콕콕 쪼아낸다
바닷바람 탓인가
은장도 날빛 같은 달빛 배어 그런가
살짝 전 이파리와 줄기 속
숨어 있는 금오산 동백꽃 향기
멸치젓 국물로 번져오고
바람바람 봄바람이 인다
깊은 물은 맑아도 속을 들내지 않듯
갓 속에 숨은 맛이 씹을수록 깊다
파도의 푸른 피가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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