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장醬을 읽다

洪 海 里 2008. 4. 29. 11:52

을 읽다

洪 海 里

 


그녀는 온몸이 자궁이다
정월에 잉태한 자식 소금물 양수에 품고
장독대 한가운데 자릴 잡으면
늘 그 자리 그대로일 뿐---,
볕 좋은 한낮 해를 만나 사랑을 익히고
삶의 갈피마다 반짝이는 기쁨을 위해
청솔 홍옥의 금빛 관을 두른 채
정성 다해 몸 관리를 하면
인내의 고통이 있어 기쁨은 눈처럼 빛나고
순결한 어둠 속에서 누리는 임부의 권리.

몸속에 불을 질러 잡념을 몰아 내고
맵고도 단맛을 진하게 내도록
참숯과 고추, 대추를 넣고 참깨도 띄워
자연의 흐름을 오래오래 독파하느니
새물새물 달려드는 오월이 삼삼한 맛이나
유월이년의 뱃구레 같은 달달한 맛으로
이미 저만치 사라진 슬픔과
가까이 자리잡은 고독을 양념하여
오글보글 끓여 내면
투박한 기명器皿에 담아도
제 맛을 제대로 내는
이여, 너를 읽는다

네 몸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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