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2집 '끝머리에 붙여'

洪 海 里 2008. 7. 2. 19:24

<우이동 시인들> 제2집 '끝머리에 붙여'

 

끝머리에 붙여

 

 모두들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고, 서울에서도 시내 중심가로 운집하는데, 우리는 서울의 변두리 우이동을 지키기로 했다. 그래서 동인회의 이름도, 동인지의 명칭도 <牛耳洞>이라 했다. '牛耳'라는 어휘에는 '쇠귀'라는 뜻과 '일당 · 일파 · 한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사전적인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지난 삼월에 <牛耳洞>을 세상에 내놓고 우리 다섯은 林步의 표현대로 '초경 터진 미친년'처럼 뒷동산에 피어 있는 진달래와 소쩍새 울음소리에 담뿍 취해 살았다.

 

 <牛耳洞> 창간호에 관한 관심과 반응은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순수하게 긍정적이었다. 특히 최초로 선보인 <合作詩>에 대한 반응이 절대적으로 좋았던 것은 우리 모두가 더욱 분발하는데 큰 자극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번의 합작시는 미리 주제를 정하고 집필 순서를 사전에 합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앞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다양하게 변형시켜 가면서 합작시를 계속해 나갈 작정이다.

 

 "서울서 가장 좋은 동네, 우이동!" 하면 뭔가 있을 것같이 느껴지는 것은 공통된 생각이리라. 지난해 연말에 우이동을 중심으로 해서 도봉구에 모여 사는 시인들의 모임을 갖고자 문인 주소록을 들춰보니 구내 거주 시인만도 50여명에 달했다. 원로로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시인들이 이렇듯 많이 모여 살면서도 이곳에서 시의 잔치 한 번 벌여보지 않고 시내로 몰려간 것이 부끄럽게도 여겨졌다.

 

 동인지 첫호가 나온 것을 기념하여 우이동에서의 최초의 <우이동시낭송회>를 지난 5월말에 가졌고 앞으로도 이 행사와 그밖의 관련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이동을 가꿔 나가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도 가꿔 보고자 한다.

 

                                                                                                       1987 · 가을

<牛文會 편집동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