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1집 '詩作 노트'
詩가 意味에 기울다 보니 리듬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고들 한다. 그
역으로 詩가 韻律을 좇다 보면 意味의 弱化현상이 일어난다고들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락은 槍의 끝과 같아서 가슴속 깊이까지 스며드는 울림인 것을 아는 사
람은 가락을 오직 갈고 닦을 것이다. 나이 들어 요즈음 律에 마음두는 것은 하고
자 하는 이야기는 줄어들되, 가 닿고자 하는 情이 짙어지기 때문일까? 내 귀가
더 늙어 소리에 둔해지기 전에 맑고 고운 가락의 노래들을 한 묶음 만들고 싶다.
- 林 步
아무리 묵정밭이라도 거듭 파 일구다 보면 괭이끝에 부딪혀 소리도 나고
풀뿌리도 찍히고 물줄기라도 솟으련만 詩밭은 아무리 파고 또 파도 날이 무딘
탓인지 늘 제자리 걸음이다.
어쩌다 불확실성의 터밭 한 귀퉁이를 얻어 잡초 몇 포기 심어놓고 변변찮은 꽃
이라도 피기를 기다리는 일이란, 더구나 거기에 덧없는 의미를 부여해 보는
일이란 ---.
- 辛甲善
산은 시의 소재라기보다내 얼굴을 비춰보는 거울이다.
산은 해마다 젊어지지만 나는 해마다 늙는다.
내가 해마다 젊게 하는 일은 山을 닮아 詩를 젊게 하는 일이다.
- 李生珍
牛耳洞 뮤즈여.
죽는 순간의 마음으로 생각하기
다시 태어난 사람의 마음으로 얘기하기.
저 市內의 메마른 마음들을 적셔 다오
입술만 젖고 마는 말들을 적셔 다오
우이동 숲속의 이슬처럼 은밀한, 맑은 영혼의 샘물로 적셔 다오.
임 그리는 一字千金의 말 적고파서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고르고 고른, 목숨
다하는 날까지 오직 그 말 한마디 뿐일 것같은, 다시 태어나도 그 이상의 말은 없
을 것 같은, 그런 말로 빚어 詩를 낳게 해 다오. 牛耳洞 뮤즈여!
- 채희문
정월 초이튿날 아침,
'그린파크' 커피숍에서 까치 한 쌍을 보았다. 서설로 덮인 나뭇가지에서 나뭇가
지로 눈을 털어내리면서 전혀 두려움도 없이 건너 뛰고 있었다.
그건 부적이었다.
새해 하늘에 매어 단.
詩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놈도 하나의 부적이 될 수 있을까 하면서 상(想 · 像)자가 든 어휘를 떠올려 본다.
이를테면 시상, 상상, 망상, 공상, 실상, 허상, 단상, 추상, 구상, 몽상, 무상, 연상,
상념, 상징, 상기, 심상, 명상, 환상 --- 등과 같은.
- 洪海里
* (『牛耳洞』: 동천사, 1987. 3. 15. 140쪽, 정가 1,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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