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10집『잔 속에 빛나는 별』
<끝머리에 붙여>
우이동은 우이동이고 싶다
우이동은 우이동이고 싶다. 인수봉은 인수봉으로, 백운대
는 백운대로, 그리하여 북한산은 북한산 있는 그대로의 자연
이고 싶다.
차를 타고 우이동으로 들어오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거
대한 괴물-자연환경과 우리의 산천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기관의 사람들이 주택조합을 설립하여 우이동 골짜기에 지
어 놓은 고층 아파트-이 우리의 눈을 가려 버렸다. 선덕학원
이 있던 자리에도 역시 들으면 깜짝 놀랄 기관들의 주택 조합
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 나 하나의 이익이 우이동, 아니 서울
전체의 불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을 양식있는 인
사들에게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호소한다.
만일 그 자리에 고층 건물을 지어 북한산의 정기를 막아 버
린다면 서울 시민 모두가 기를 잃고 말 것이요, 그들은 북한
산의 저주를 어찌 면할 것인가.
당국에서는 부디 고도 제한 조치를 늦추지 말고 우리의 생
명인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앞장
서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후손들에게
죄의식과 부끄러움이 없는 떳떳한 조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합작시를 <방학동 은행나무>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
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밝혀 둔다.
가울은 붉게 타오르는 저녁놀이다. 깊고 조용한 겨울을 맞
기 위한 마지막 불꽃이다. 어찌 가을이 시드는 들꽃 향기와
과수원의 빨갛게 익은 과일과 푸른 하늘 황금들판의 허수아비
와 코스모스로 다일 수 있으랴. 이제 우리도 고갤 숙이고 깊
은 사색에 들 시간이다. 이번 『우이동』10집을 내면서 우리는
가장 우이동적인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기로 했다. 흔히 가
장 향토적인 것이 민족적인 것이요, 가장 민족적인 것이 세계
적이다라고들 말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래도 우리 삶의 터전
인 우이동의 자연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 속에서 생활하면서
우리의 명제를 찾아 표현해 낼 수 밖에 없다.
『우이동』은 앞으로도 『우이동』일 것을 다짐한다. 열번째
작품집을 묶으면서 우리의 개성을 더욱 신장시키고 더욱 노력
하여 우이동답게 자리할 수 있는 동인이 될 것을 기약한다.
그냥 보면 즐거워서 우리는 만난다.
1991. 가을
洪 海 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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