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1집 詩 · 自然 · 文化 / 洪海里

洪 海 里 2008. 7. 4. 20:27

<우이동 시인들> 제11집

『그대 가슴에 딩동!』

 

<우이동 소리>

 

詩·自然·文化 

                                                      洪 海 里

 

 시는 시이다. 시를 쓰는 일은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다. 시

는 말씀으로 짓는 절이다. 절은 가장 깨끗한 자연과 통한다.

절은 세상의 티끌과 번잡함을 벗어난 곳에 있다. 도심지 한복

판에 자리잡고 있더라도 그곳은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수도의

도장이다.

 자연은 우리의 몸이요, 어머니요, 스승이요, 고향이다. 자

연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요, 바로 우리의 생명이다. 자연은 조

물주가 쓴 가장 장엄한 한 편의 시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이 없다는 말은 예술이란 자연 모방이거나 기존 예술의 변형

또는 반복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자연을 능가할 예

술이 어디 있고 자연의 노래를 능가할 시가 어디 있겠는가.

 자연은 그대로가 시이다. 시의 몸체이다. 시의 집이다. 시

의 고향이다. 이 고향을 살리는 일이 바로 인류를 구원하는 길

이다. 자연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최근들어 높아졌다고

하나 실제로 주위에서 부딪치게 되는 현실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과학 물질 문명의 발달은 근본적인 면에서

볼 때 자연에의 역행이요 반역이다. 우리의 경우 갑작스런 물

질문명의 발달을 정신문명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

는 삶의 황폐화, 파괴행위, 병리현상이 주변에 만연되어 있다.

 우리가 파괴시킨 자연환경이 바로 우리에게 보복을 가할 것

이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서서히 우리 자신과 사회를 파괴할

것임은 자명하다. 우리가 물려 받은 자연을 보다 아름답게 가

꾸어 후손에게 물려주지 못할 바에야 받은 그대로라도 물려줘

야 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골프장 건설로 깎여진 산

마루, 동강난 산등성이나 골재 채취, 석재 수출로 파헤쳐진 섬

을 보면 섬뜩해진다. 누구를 위한, 누구의 국토요 자연인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사람이 국민의 몇 퍼센트나 되는가.

 자연에서 들려오는 노래, 곧 자연의 시에 귀를 기울이지 못

하면서 어찌 살아 있다 할 것인가. 자연은 시요, 문화의 뿌리

이다. 우리는 매일 자연을 접하면서 그것을 향수하는 문화를

꽃피워야 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사상으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춤추는 세계를 이룩해야 한다. 건강한 삶이 바로

거기에 있다.

 문화는 삶이요, 우리의 생활이다. 영혼의 양식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이 답답한 도시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문화를 되살려 나가야 한다. 한 편의 시로 삶의 향기를

서로 전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요즘 현대인은 네모난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생활에서는 시

간은 둥글게 된다. 그래서 물질보다 정신적인 여유를 갖게 된

다. 자연의 진리에 순응하고 천법(天法)을 지키며 살아가는

속에서 문화는 바르게 꽃필 것이다. 그 꽃은 여유와 안식과 자

유와 평화의 꽃이다. 무욕의 자연의 꽃이다. 생명의 꽃이다.

천·지·인의 조화의 꽃이다.

 지난번에 임보 시인이『우이동』10집에서 밝힌 선비란 무

엇인가. 선비란 보아주는 이 없는 산 속에 홀로 피어 향을 뿌

리고 있는 난초와 같은 사람이다. 스스로 수덕하고 자족을 알

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선비정신으로 우리는 문화

를 꽃피워야 한다. 이기주의, 패권주의, 물질만능주의가 팽배

한 이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신은 이것뿐이다. 이 정신이

천하에 가득찰 때 이 나라엔 참문화의 꽃이 피는 살맛나는 사

회, 살맛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대저 시인이란 자는 목전의 인기에 연연해서는 안 될 일이

다. 몇몇 잡지사에서 행하고 있는 인기시인(?) 뽑기대회 같은

짓거리는 어떤가. 시인이 어찌 눈앞의 인기로 저울질될 박명

의 선비일까. 그런 일을 하려면 먼저 누구나 납득할 만한 보편

타당성 있는 잣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 나라의 문화를 주

도하려는 개인이나 단체는 마땅히 선비정신으로 무장된 목적

의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시인은 선비여야 하고 선비는 선

비정신이 있어야 한다.

 - 우이동 제11집 『그대 가슴에 딩동!』(1992. 6. 작가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