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10집『잔 속에 빛나는 별』
<合作詩>
방학동 은행나무
북한산 산자락 방학동 기슭
연산 임금 누워 있는 옛마당가
천년 묵은 은행나무 살고 있는데
병자 임진 난리통 끄떡도 않고
산천초목 거느리고 살고 있는데
새들아 산새들아 내 말 좀 들어 보라
천년 세월 베어 백년 못 갈 집을 지으니
이런 어리석음 어디 또 있단 말이냐
풍수지리 말고라도 그 나무 게 있어야
새도 울고 사람 웃고 그게 평화 아니더냐
내 그대들의 어머니, 북한산 나무들의 어머니
욕심에 눈멀고 귀먹은 무지몽매한 자식들
이 몸의 뿌리 불도저로 끊어 놓고
우리의 젖줄 철근 콘크리트로 뭉개 놓고
황금알 쏟아진다고 한심한 짓거리들인데
파릇이 숨길 트는 생명의 기쁨을 보았더냐
초록 그늘 넉넉한 여름 품에 안겨 보았더냐
금빛 종소리를 귀 열고 맞아 보았더냐
벗고도 꿋꿋한 저 고고함을 본 적 있더냐
사람아 사람아 배부른 거지들아
네 곳간 가득 영혼의 말씀을
백운대 인수봉 저 푸른 하늘을
방학벌 맑은 바람 너른 가슴을
나 하나 죽어가서 꽃 피울 수 있다면
나 하나 죽어가서 여름할 수 있다면.
* 이번 합작시는 임보, 이생진, 채희문, 홍해리의 순서로 씌어진 것임. 방학동
연산군 묘소 앞에 천년을 버티고 있는 은행나무 주변에 고층 아파트군이 들어
서 있어 이 나무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다. 지난 4월 22일 오후 5시
에 이 은행나무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북한산 살
리기 시민 대동제>가 이 나무 아래에서 열렸다. 우리「우이문우회」에서도 이
행사에 참여하여「북한산」(『우이동』제2집에 게재된 합작시)을 비롯한 여러
편의 시를 낭송한 바 있다. 부디 사람들의 근시안적인 사고의 눈이 멀리까지 볼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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