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23집『눈썹 끝 너의 그림자』
시작 노트
난을 찾아 서남해안의 도서지방과 충남과 전남북의 춘란 자생
지를 참으로 많이도 방황(?)했다. 토요일이면 바랑을 메고 밤으로
떠나 다음날엔 텅 빈 열차를 몰고 서울로 돌아오곤 했다. 산다는
것이 이러려니 여기는 일상의 반복에서 일탈이 얼마나 황홀한 반
란인가.
30여년 가까이 난과 함께 살아오면서도 나는 아직도 난을 잘
모른다. 난과의 만남은 항상 새롭고 매번 설레이기 때문일까. 누
가 뭐라 해도 나는 풀일 수밖에 없다. 아니 한 포기 풀만도 못하
지 않나 싶다.
-洪海里
앞의 여덟 작품은 지난 정월 제주도에서 얻은 것들이고 다음의 세 작품은
지난 여름의 여행에서 얻은 것들이다. 말하자면 기행시들이다. 그리고 <사
월이 오면><땅의 찬가>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풍자성을 띈 것들이다.
-林 步
요즘 나는 IMF와 시 사이에서 고민중이다.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와 지
하도나 역광장에서 신문지를 깔고 고개를 숙인 남자를 보면 미안하다. 너는
뭔데 산으로 바다로 떠도느냐 하고 내게 총을 쏠 것 같다. 그런 고민에 싸여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저는 결혼도 미루고 10년 동안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인데요. 이번에
해고당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시를 읽다가 느낀 것이 있어서 전화 걸었습
니다." 그 순간, 이제 걸렸구나 싶어 조심스럽게,
"그래서요?"
"그런데요, 선생님의 시가 없었으면 저는 정말 마음을 달랠 수 없었을 거
에요."
"고맙습니다. 내 시가 직장 잃은 가슴을 달래줬다니. 그럴 만한 구절이
있었나요?"
"있고 말고요. 사회에서는 직장을 빼앗고 나가라고 떠미는데 시에서는
들어오라고 마음을 열어주데요."
묘한 전화다. 나는 요즘 실직된 사람들에게서 눈총을 맞을까봐 섬으로 가
는 것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직장을 잃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를 읽는다는
그 독자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써야지 시를 써야지 하고.
-李生珍
이상구 박사의 말에 따르면, "사랑으로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름
답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한다.
사랑의 시를 많이 써서 이 삭막하고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 곳곳에 사랑
의 꽃을 피워보고 싶다.
-채희문
(『눈썹 끝 너의 그림자』작가정신, 1998, 값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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