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23집『눈썹 끝 너의 그림자』
끝머리에 부쳐
이 어려운 시대 시가 무엇인가? 시가 무엇을 할 수 있
는가? 세상이 막막하다해서 시마저 그래서야 되겠는가.
이 봄이 어둡고 어지러웁다. 매화꽃이 뜰을 가득 채우고
있어도 세상이 어둡다. 어두운 하늘을 밝힐 시를 찾아 다
시 길을 떠난다.
ㅡ洪海里
봄이 왔다가 가는 모양이다. 무엇을 하면서 버둥거리며
지내는지 꽃구경 한 번 못하고 또 한 봄 보내는가 보다.
일은 많은데 손에 잡히지는 않고 마음만 늘 앞서 간다
ㅡ임 보
이 시점에서 나는 비상령을 내려야 했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물고. 걸어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새롭지만 보관할
창고가 허술해서 쉬 빠져나간다. 그것을 최소한 막기 위해
노트북을 짊어지고 다니기로 했다. 짐이 좀 무겁긴 하지
만 찬그릇을 꺼내놓고 노트북을 두꺼운 포장지로 싸서 배
낭에 넣었다. 이것이 낯선 바다나 섬에 가면서 멀미를 하
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ㅡ이생진
우리나라 시단에도 '정리해고제'를 도입, 소수정예화를 단
행하면 어떨까(비록 나부터 짤(?)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러
면 시와 시인이 제 대접(값)을 받는 세상이 올까.
지난번 22집 후기에서 '우이동 고별사'를 쓰고도 모든 게
생각대로 되지 않아 말 잘 바꾸는 한국의 정치가들처럼 뻔
뻔스레 또다시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다. 뮤즈여, 독자여 모
두들 용서하시라!
ㅡ채희문
(『눈썹 끝 너의 그림자』작가정신, 1998, 값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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