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 우이동 시인들> 제25집 '끝머리에 부쳐'

洪 海 里 2008. 7. 9. 09:03

< 우이동 시인들> 제25집『너의 狂氣에 감사하라』

 

끝머리에 부쳐

 

  자축하자. <우이동시인들·25집>의 열풍과 인내를 자축하

자. <갑산>집에 가서 <칠갑산>도 부르고 <한오백년>도 부

르고 <적벽가>도 부르고 <愛蘭>도 부르며 자축하자. 시는

삶의 축가다. 아무리 슬픈 사람이라도 부를 노래는 있다. 시

는 산 사람이 살아서 기뻐하고 슬퍼했던 노래(소리)다. 나는

막걸리로, 다른 시인들은 소주로 자축할 거다. 누가 뭐라 해

도 시인은 시를 썼을 때 행복하니까.

                                                                   ㅡ李生珍

 

  땅도 강물도 바다도 공기도 오염돼 가고 있다. 뿐만 아니

라 인간의 양심과 양식까지 오염돼 사회가 날로 혼탁해 지

고 있다. 그런데 그 탁류의 물결 속엔 가장 순수·순결해야

할 시인들까지 양의 탈을 쓴 이리 떼가 되어 인간 정신과 국

민 정서의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래서인지 착잡한 마음과 함께 25집 출산의 기쁨보

다는 그동안 우리 시단의 청정지역으로 꼽히던 '牛耳詩鄕'의

앞날도 걱정스러워진다. 기우일까?

                                                                    ㅡ채희문

 

  이 환장하게 황홀한 봄날을 한없이 초라하게 보낸다. 겨우

내 기인 면벽 좌선에 들었던 나무들이 마침내 득도하여 할

(喝)! 을 외쳐대듯 꽃을 피터지게 피워내고 있다.

 

                 홀로 가는 길

                 꽃비만 억수로 내려

                 너의 흔적을 지우나

                 그래도 꽃잎은 꽃잎이어서

                 비끼는 노을빛 애처로운 마음 한 잎

                 지는 것은 지는 만큼 눈물겨움이거니

                                 ㅡ「蘭丁記 · 지는 꽃을 보며」에서

 

  꽃은 피기 위해 지는가 '피터지게 피어나는 꽃 속에서

도/ 하염없이 휘날리는 꽃비 속에도// 봄날은 간다/ 한없이

초라한.' 그렇다. 봄날은 하염없이 가고 봄은 그래서 없다.

 

  늘 후원회원님들께 빚진 마음뿐이다. 멀리 해외에서까지

잊지 않고 후원회비를 보내주며 격려해 주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 드린다. 우리 <우이동 시인들> 모두 더욱 열심히 써서

보답하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ㅡ洪海里 

 

  깊은 살골짜기에서 되돌아오는 메아리 소리도 없는데 혼자

외치기만 한다면 이 얼마나 무료하고 쓸쓸한 일이겠는가.

<우이동 시인들>의 이 작업들 역시 그런 괴로운 외침이다.

  그러나 밤을 지새워 우는 두견처럼 우리의 노래들은 듣는

이 없어도 이 조그만 골짝 우이동을 가득 채울 것이다. 더러

어떤 메아리는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나는 지난 3월 李仲燮展에 갔다가 그런 메아리를 보고

돌아왔다.

                                                                   ㅡ林 步           

                                          

 

 (『너의 狂氣에 감사하라』우이동사람들, 1999, 값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