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24집 '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9. 06:39

<우이동 시인들> 제24집『아름다운 동행』

 

시작 노트

 

  이번에도 역시, 웬만한 지적 수준의 독자라면 읽고 싶어지고, 또한 읽혀

지는 시를 나름대로 시도해 봤지만 소기의 모적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 채희문

 

  이제 풀 이야기는 그만 하라는 주변의 충고도 있지만 풀이나 사람이나

다를 것이 무엇인가. 난이 성장하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은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환경과 일치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죽을 때까지 난 이야기만

한다 해도 다 못할 것 같다.

  2천 5백 년 전에 이미 공자는 '깊은 산 속에 자라는 난초는 보는 사람이

없다 하여 향을 내지 않는 일이 없고 도를 닦고 덕을 쌓는 군자는 가난하

다고 지조를 버리지 않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난으로 해서 얻어진 시편을 선보이며 난을 본다.

                                                              - 洪海里

 

  앞의 다섯 작품은 사단시四短詩, 그리고 <백도> 이하 <유촌> 사이의 다섯

작품은 지난 여름 거문도 기행에서 얻은 것들이다. 맨끝의 장시 , <천축행>

은 구도求道의 괴로운 과정과 오도悟道의 환희를 노래한 것이다. 험한 바다와

거칠은 사막을 넘어 드디어 천축에 이르러 득도得道하는 혜초를 형상화해

본 것이다.

                                                               - 林 步

 

  시간을 잊고 산다. 그러나 섬광처럼 지나가는 시간의 경고가 예리한 송곳

으로 찌를 때 나는 마지막 작업에 눈을 돌린다. 동심을 찾는 일이다. 깊게

파묻힌 동심, 그것을 찾아 먼 섬으로 떠나고 높은 절벽을 향해 걸어간다.

등대를 찾아가는 거다. 등대는 나의 동심을 하얀 가슴에 안고 있다. 그렇지

만 그것을 찾았을 때 도리어 허전했다. 추억을 만났을 때처럼 허전했다. 이

제 그 동심을 향해 말이 없다. 실용성이 없는 언어를 건조시킨 꽃다발처

럼 안고 돌아온다. 팔팔 뛰는 물고기가 아니라 마른 지 오래 된 건어물 그

것에 생명을 담아보려고---.

                                                               - 이생진

 

(『아름다운 동행』우이동사람들, 1998, 값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