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24집『아름다운 동행』
끝머리에 부쳐
갈수록 깊어지는 회의와 함께 내 힘에 겨운 작업임을 느
낀다. 활력소가 될 누군가에게 어서 바톤을 넘겨주고 휴식과
자성과 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스트레스와 무력감에서 벗
어나고 싶다.
- 채희문
게릴라성 집중 폭우가 서울을 강타했다. 이것도 천재지변
이 아닌 인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시끄럽다.
이런 중에도 우리들은 24번째 동인지를 펴내게 되었다. 시
인이 할 일이 뭔가를 늘 생각하면서 12년 동안 봄 가을로
한 차례씩 책을 펴내왔다.
책이 나올 때쯤이면 오곡이 무르익고 백과가 풍성한 계절
이 될 텐데도 사람들의 마음이 한없이 가난한 가을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이 궁폐하고 궁핍하고 궁곤하고 궁색스럽
고 궁상맞고 궁경한 때에 우리들의 이 작은 불빛이 궁고의
어둠을 조금이라도 떨쳐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간 우리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후원해 주시는 여러 후원
회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누구나 IMF(I'M
Fantastic!)를 연발할 날이 속히 도래하기를 고대하며 끝머
리에 몇 자 적어 올린다.
- 洪海里
세상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걱정스럽다. 나라의 살림살이
가 빚에 허덕이고 있는 터에 물난리까지 겹쳤으니 우리의
앞날이 자못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한 때에 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더욱 무력감에 젖게 된다. 한
톨의 쌀도 생산해 내지 못하는 시다. 물질이 지배하는 시대
에 세상 사람들이 시를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도 아마 이런
생각 때문이리라. 그러나 시가 한 톨의 쌀을 직접 생산해 내
지는 못하지만 쌀을 생산하는 농부의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
어 더 많은 생산을 꾀할 수는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물질 못지 않게 정신의 비중이 크다. 시는 정신을 고양하는
훌륭한 자양이다. 오늘의 난국을 극복하는 데 우리의 시도
그렇게 기여하리라고 믿는다.
- 林 步
시 20편을 정리하고 인생의 후기를 찾아가듯 가평에 있는
공원묘지를 찾아갔다. 어머니가 그리웠다. 사랑이 그리울 땐
이렇게 어머니를 찾는다. 8월 잔디가 아름답다. 죽음보다 살
아 있음이 아름답다는 증거인가. 시가 잔디일 수 있을까. 잔
디가 시일 수 있듯이. 죽어도 사는 연구를 해야 하겠다. 필
시 누워 있는 모든 시체들이 그것을 궁리하다 온 것은 아닌
지.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 이생진
(『아름다운 동행』우이동사람들, 1998, 값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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