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이동 시인들> 제25집『너의 狂氣에 감사하라』
시작 노트
나는 광기(狂氣)를 고마워한다. 요즘 나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
다. 아니면 두 가지를 한다고 나갔을 때 한 가지는 잊고 돌아오는 수가 있
다. 그래서 메모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러다가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하
고 걱정한다. 치매가 오면 제일 걱정되는 것이 시 쓰는 일이다. 치매에 걸
렸을 때 시를 써놓은 것을 상상해 본다. 난해한 시. 그래가면서도 무엇인가
있는 시. 쓰는 기능만 있으면 마구잡이로 쓸 생각이다. 이 생각이 치매에서
인정될까. 나는 광기에 몰려 <우이동시인들> 25집에 낼 글,<우이동소리>
<시작노트> <시 20편> <후기> 이런 것들을 단 세 시간만에 써버렸다. 생
각하면 이건 기적이 아니다. 50에서 60 사이의 시의 갱년기가 온다는 이 시
기에 나는 갱년기를 뛰어넘은 셈이다. 걱적은 치매가 왔을 때의 詩作이다.
이때의 시는 가련하리라. 써놓긴 했어도 읽어서 이해하지는 못 할 거다. 나
는 치매로 가는 시의 예비 훈련을 하고 있다. 치매가 오지 않을 때의 치매
그것은 광(狂)이다.
비록 세 시간이지만 시에서의 시간은 무한했다. 최근 시간은 물론이요 공
간도 무한이다. 사이버 공간은 무한이다. 그것이 내 시의 영토 확장에 도움
이 될는지 의문이다. 치매도 무한한 공간이다. 무한의 경지로 들어가는 입
문. 내가 나를 잊고 잃는 무한한 공간. 예술은 이 공간을 자신있게 표현하
는 것이다.
-李生珍
마치 시계가 착각 착각하며 가듯 착각 속에 사는 시인들의 '착각시'들이
범람하는 바람에 독자들도 착각과 혼란에 빠져 헤매다 아예 등을 돌려 버
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며, 착각과 객기에서 벗어난 철든 시를 써보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으나, 글쎄 인생은 철들자 또 망령이라나…….
-채희문
蘭丁은 林步 詩人이 내게 붙여준 別號이다. 꽤 오랫동안 난과 함께 살았
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그러니 이번에 발표하는 스무 편의 작품 제목이 '蘭
丁記'라고 되어 있으니 내 자신의 이야기요, 나의 기록이라 해야겠다.
-洪海里
앞의 일곱 작품들은 <皆骨山紀行詩抄>라는 이름의 시조다. 지난 2월 金
剛山 紀行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민족적인 감흥을 실어보고자 시조라는 전
통적인 양식을 선택했다.
<낙안도>와 <고라니>는 새롭게 시도해 본 작품들이다. 시가 지닌 서정
성과 소설이 지닌 극적 사건을 공유하고 있는, 시보다는 길고 소설보다는
짧은, 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그 중간에 걸친 어정쩡한 장르의 글이 될
수도 있으리라. 글쓰기를 기존 장르의 틀 속에 굳이 가둘 필요는 없다고 본
다. 글은 읽어서 재미있고 감동을 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현대인들
에게 시와 소설의 장점을 아울러 지닌 이러한 형태의 글이 긍정적으로 받
아들여진다면 장차 새로운 한 장르로 발전할 수도 있으리라.
-林 步
(『너의 狂氣에 감사하라』우이동사람들, 1999, 값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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