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금실雨琴室
洪 海 里
우금우금, 우는 소리 가을 빗소리
할 일 다 해 가신다고 가을 빗소리
하루 종일 홀로 듣는 가을 빗소리
노박이로 마음 젖는 가을 빗소리.
* 雨琴室: 빗소리를 즐기는 내 작은 양철집에 임보 시인이 붙여준 이름.
******************************************************
만추晩秋
늙은 호박 덩이만한 그리움 하나
입 다물고 귀도 접고 다 잠든 밤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의 빗소리
구진구진 홀로서 따루는 국화주.
********************************************************
혼례만 올리고 시댁으로 가지도 못하고
과부가 된 어린 각시,
마당에 울고 있는
겨울 빗소리
차라리 까막과부望門寡婦라면 덜할까
청상靑孀이면 더할까,
온종일 듣고 있는
겨울 빗소리
까막과부 즉 망문과부望門寡婦는 정혼만 하고 과부가 된 경우이지요.
동승과부同繩寡婦는 신랑을 다루기 위해 발바닥을 때리는 풍습이 있던 시절 그 매에 맞아 신랑이 죽은 경우, 초야도 못 치루고 과부가 되었으니 얼마나 가엾겠습니까? 사실 발바닥을 때리는 것은 신랑의 힘을 길러 주기 위한 것이라지요. 그래서 동승과부를 가장 가엾게 생각하나 봅니다.
청상靑孀이야 젊어서 홀어미가 되었으니 이런 저런 일로 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습니까?
소박과부라는 것도 있습니다.
****************************************************
귀북은 줄창 우네
洪 海 里
세상의 가장 큰 북 내 몸속에 있네
온갖 소리북채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는 귀북이네
한밤이나 새벽녘 북이 절로 울 때면
나는 지상에 없는 세월을 홀로 가네
봄이면 꽃이 와서 북을 깨우고
불같은 빗소리가 북채가 되어 난타공연을 하는 여름날
내 몸은 가뭇없는 황홀궁전
둥근 바람소리가 파문을 기르며 굴러가는 가을이 가면
눈이 내리면서 대숲을 귓속에 잠들게 하네
너무 작거나 큰 채는 북을 울리지 못해
북은 침묵의 늪에 달로 떠오르네
늘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북,
때로는 천 개의 섬이 되어 반짝이고 있네
* 지웅스님의 블로그를 찾았더니 빗소리만 뒤에 두고 빗속으로 떠나고 없다.
비만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다.
비 피해가 없는 장마라면 좋으련만!
우중에 모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 洗蘭軒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처음처럼 (0) | 2008.07.23 |
---|---|
[스크랩] 한평생 /洪 海 里 (0) | 2008.07.22 |
[스크랩] 능소화/ 홍해리 (0) | 2008.07.15 |
[스크랩] 덧없는수박! (0) | 2008.07.11 |
[스크랩] 지족(知足) /홍해리 (0) | 2008.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