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동짓달 보름달

洪 海 里 2008. 9. 18. 15:10

 

동짓달 보름달

 

洪 海 里

 


누가 빨아댔는지

입술이 얼얼하겠다

빨랫줄에 달빛이 하얗게 널려


바지랑대가 빨랫줄을 팽팽히 떠받치고 있다

꼿꼿하다

화살이다

새파랗게 질린 하늘로 시위가 푸르르 떨고


보름보름 부풀더니

푸른 기운을 저 혼자 울컥울컥

토해내는 달

저 하늘에 시위나겠다


만건곤滿乾坤!


철새 몇 마리가 그리고 가는 곧은길 위로

흰 빨래 옷가지 하나 흔들린다


지상에선

긴긴 밤 참이라도 드는지

별들이 빙 둘러앉아 눈을 반짝이고

동치미 동이 속에 달이 풍덩 빠져 있다.


- 시집 『황금감옥』(2008,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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