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참꽃여자 · 14

洪 海 里 2008. 9. 18. 15:31

 

참꽃여자 ·14

 

 

홍 해 리

 


누가 뭐라 했는가

추억 속의 봄날은 가슴만 뛰어

꽃 피고 지는 일 멀기만 했다

마주하는 것조차 부끄러워

봄바람에 새살새살 숨넘어가는

연분홍 불꽃으로 꽃불 피우는

싸늘한 입술이 달아오르고

바위도 달싹달싹

안절부절못하고 색색거려서

볼그레 얼굴 붉히는

열 서넛이나 되었을까

무작정 뛰쳐나온 철없는 계집애

누굴 홀리려고 한눈을 팔다

골짜기로 나자빠지는가

짧은 입맞춤에 피를 토하다

선홍의 산자락이 꽃사태로 무너진다

치정이다 불륜이다 그런 건 몰라

아무리 불임의 봄날이지만

봄볕은 자글자글 끓어오르고

가슴 깊이 묻었던 시퍼런 바람

취해서 바위 뒤에 잠이 들었다

오오, 독약이여. 엄살이여

환장하것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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