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여자 ·14
홍 해 리
누가 뭐라 했는가
추억 속의 봄날은 가슴만 뛰어
꽃 피고 지는 일 멀기만 했다
마주하는 것조차 부끄러워
봄바람에 새살새살 숨넘어가는
연분홍 불꽃으로 꽃불 피우는
싸늘한 입술이 달아오르고
바위도 달싹달싹
안절부절못하고 색색거려서
볼그레 얼굴 붉히는
열 서넛이나 되었을까
무작정 뛰쳐나온 철없는 계집애
누굴 홀리려고 한눈을 팔다
골짜기로 나자빠지는가
짧은 입맞춤에 피를 토하다
선홍의 산자락이 꽃사태로 무너진다
치정이다 불륜이다 그런 건 몰라
아무리 불임의 봄날이지만
봄볕은 자글자글 끓어오르고
가슴 깊이 묻었던 시퍼런 바람
취해서 바위 뒤에 잠이 들었다
오오, 독약이여. 엄살이여
환장하것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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