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香 詩香』(미간)

등나무 아래 서면

洪 海 里 2009. 2. 1. 18:15

등나무 아래 서면

 

洪 海 里

 

밤에 잠 깨어 등나무 아래 서면
흐느끼듯 흔들리는
보랏빛 등불이
여름밤을 밝히고,
하얀 여인들이 일어나
한밤중 잠 못 드는 피를 삭히며
옷을 벗고 또 벗는다

깨물어도 바숴지지 않을
혓바닥에서 부는 바람
살 밖으로 튀어나는 모래알을
한 알씩 한 알씩
입술에 박아놓고 있다.
끈끈하고 질긴 여름나무
불꽃을
온몸에 안고 있다.

그을음 없이 맨살로 타던
우리는
약쑥 냄새를 띄기도 하고
소금기 가신 들풀잎마다
바닷자락을 떠올리기도 한다.
죽고 또 죽는 남자
등은 그렇게 뻗어 올라서
여름을 압도하고
알몸으로 남는 칠월의 해일
바람만 공연히 떼미쳐 놓아
우리의 발밑까지 마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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