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蘭 앞에 서면
洪 海 里
천상천하의
바람도 네 앞에 오면
춤, 소리 없는 춤이 된다
시들지 않는 영혼의,
적멸의 춤이 핀다
별빛도 네게 내리면
초록빛 에메랄드 자수정으로
백옥으로 진주로
때로는 불꽃 피빛 루비로 타오르고
순금이나 사파이어 또는 산호
그렇게 너는 스스로 빛나는데
난 앞에 서면
우리는 초라한 패배자
싸늘한 입김에 꼼짝도 못한다
언제 어디 내가 있더냐
일순의 기습에 우리는
하얗게 쓰러진다
천지가 고요한 시간
우리의 사유는 바위 속을 무시로 들락이고
때로는 하늘 위를 거닐기도 하지만
무심결에 우리를 강타하는
핵폭탄의 조용한 폭발!
드디어 우리는
멀쩡한 천치 백치 ……
가장 순수한 바보가 된다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춤사위에 싸여
조용히 조용히 날개를 편다.
(시집『은자의 북』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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