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감상>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 김석준(문학평론가)

洪 海 里 2009. 4. 14. 13:53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의 나라

우이도원牛耳桃源

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과 행 사이

눈 시린 푸른 매화,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솔밭 옆 마을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

말씀으로 서는 마을

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전문


  큰 바다를 시의 마을로 삼는 시인. 시의 바다에 영혼을 기투하는 시인. 말과 말 사이에서 말의 위의를 예인하는 시인. 洪海里는 기표다. 그것은 결코 기의일 수 없다. 그것은 말과 말이 역동하는 순수한 시말의 비등점이다. 그것은 시말의 소생점인 바, 행과 행 사이를 마구 요동쳐 “詩의 나라”를 꿈꾸는 시인의 가슴이다. 洪海里는 시혼이 주소하는 공간이다. 洪海里는 까막딱따구리와 바람과 물소리가 한데 어울려 저물녘 시적 몽상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洪海里는 마음이다. 洪海里는 어디에나 있기도 하고 이 세계 속에 없기도 하다. 하여 洪海里는 공간이면서 공간이 아니다. 洪海里는 유이면서 무이고 무이면서 유이다. 洪海里는 U-topia(이 세상에 없는 곳)이면서 Utopia이다. 洪海里는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인 바, 그것은 의미도 아니고, 의미가 아닌 것도 아니다.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마을, 그 마을이 바로 洪海里다. 따라서洪海里는 시의 변곡점이다. 시와 시의 위의를 사유하면서 시인 홍해리는 기표 洪海里에 의미의 옷을 찬란하게 입히고 있다. 

  단언컨대, 洪海里는 모든 기의를 수용하는 원문자이거나 메타기호인데, 시인의 시말은 “말씀으로 서는 마을” 어디쯤을 배회하면서 시, 시말, 시인의 존재론적 양태를 키질하고 있다. 시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는 시적 발상면에서 보나, 시에 대한 태도면에서 보나 아주 탁월한 작품인데, 시인은 시의 원문자와 같은 메타 기호 洪海里를 통해서 자신의 시적 정체성을 탐색하는 것은 물론 시인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가를 숙고하고 있다. 세계와 세계 사이에, 행과 행 사이에, 그리고 세계와 행 사이를 아주 예민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 시인 홍해리는 시의 고향인 洪海里(넓고 큰 시의 마을)를 찾아가고 있다. 하여 洪海里에는 무릉도원이 있고, 시인이 있고, 시말이 있고, 시가 있다. 洪海里는 홍해리다. 洪海里는 시인의 길찾기다. 洪海里는 순정한 시혼이 깃들여 있고, 시인이 찾고자하는 미완의 꿈이 있다. 시가 있는 그 모든 곳이 바로 홍해리가 찾는 洪海里의 실체이다.

                                                                                            (김석준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