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서신> 버들잎 봄 편지 / 주경림(시인)

洪 海 里 2009. 4. 23. 04:33

 <버들잎 봄 편지>

 

홍해리 선생님께

 

  지난 가을에 보내주신 시집『비타민 詩』를 요즘 다시 읽어 봅니다.

가을에는 "다 꺼내 먹은 김칫독처럼, 다 퍼내 먹은 쌀뒤주처럼" 적막한 제 마음을 온갖 소리

북채로 울려 주더니 봄에는 '북한산 기슭 詩의 나라 牛耳桃源 洪海里'로 안내해 줍니다.

 

       천길 낭떠러지다, 봄은

  

   어디 불이라도 났는지

   흔들리는 산자락마다 연분홍 파르티잔들

   역병이 창궐하듯

   여북했으면 저리들일까

                  -「봄, 벼락치다」 일부분

 

  '파르티잔'이나 '역병'의 부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없는 힘으로 들려오는 봄의

기운에 휩쓸리다 보면 소소명명!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나면 마음결마다 구름결로 흘려보내면 어느새 초록빛 이파리

들 세상입니다. 시편들이 '비타민 C'가 되어 춘곤증에 나른해진 제 몸에 활력소가 되었습니

다. 꽃눈, 잎눈들이 깨어나 눈부신 세상을 열어갈 때도 아직도 묵묵히 추상화처럼 버티고 있

는 나무들이 눈에 띕니다. "나무들은 아직도 생각이 깊어 움쩍 않고' 있다니 그 나무들이 생

각을 열 때쯤이면 싱싱한 이파리들을 마구 쏟아내 이미 여름으로 치달려 있을 것입니다.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랑아」에서 보여준 곡진한 이별의 슬픔도 마음을 맑게 씻

어주는 힘이 있어 몇 번을 소리 내어 읽어 보았습니다. 읽는 이에게는  비타민이 되는 시가

선생님 자신에게는 "마음의 독약" "눈믈의 뼈"라니 詩作의 엄정성을 생각하며 마음의 깃을

여미게 됩니다. 제가 시를 너무 쉽게 쓰고 있는 것 같아 자책을 해  봅니다.

  차용증 쓰신 대로 "천금阡金 시일만편정詩壹萬篇整"을 부디 잘 갚아가시기를 즐거움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언어 예술의 흥취가 절로 느껴지는 시편들이 아름답습니다.

 저도 "우주를 비추고 있는 별"처럼 초롱초롱한 시를 쓰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또한 "적막 속에서 꿈꾸고 있는 자" 시인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2009년 4월 20일

                                                  주 경 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