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詩> 5월 한때

洪 海 里 2009. 5. 1. 20:18

5월 한때

 

 洪 海 里

 

 

땅속에서

눈을 또록또록 뜨고 있다

봄비 흐벅지게 내리면

단칼에 치고 오르는,

 

우후죽순雨後竹筍!

 

장봉長鋒에 먹물 듬뿍 찍어

허공 한 자락

일필휘지一筆揮之 일갈一喝하는

죽순의 붓을 보고,

 

갈 길이 천년이니

잠깐 쉬어 가라고

댓잎들 속삭이네

여백餘白 한 구석 비워 두라 하네.

 

오오, 비백飛白!

 

 

* 이 작품은 2008년 5월 3일 블로그에 올린 걸로 되어 있다.

벌써 산야는 초록으로 빛나고 아카시꽃도 곧 피어나려고 하지만

우리집 까만 대나무는 아직 죽순을 올릴 생각도 없는 듯하다.

비가 흠뻑 내리고 나면 잠에서 깨어난 죽순이 붓처럼 땅을 뚫고 치솟아 오를 것이다.

대는 하루에 두세 자씩 치솟아 오르고 한달이면 성장이 다 끝나게 된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간은 10시부터 3시 사이라고 한다.

빈 하늘 한 자락을 잡아 펼쳐 놓고 붓을 휘두르는 대나무의 곧은 힘이여!

 

* 위의 글은 5월 1일에 올린 글인데 오늘 15일(스승의 날)에 나가 보니 죽순이 열댓 개가

솟아오르고 있다.

큰 놈은 벌써 두 자는 됨직하다.

굵고 실한 놈도 있고 빌빌거리는 놈도 있다.

죽순은 솟아오를 때 단번에 치고올라야 제대로 자란다.

꾸물거리는 놈은 그냥 주저주저하다 그 자리에 머물다 말라버리고 만다.

새로 솟는 竹筍들이 제대로 잘 자라서 멋진 竹林을 이뤘으면 좋겠다.

장봉藏鋒/長棒을 휘두르는 소리에 귀를 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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