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詩> 밤꽃

洪 海 里 2009. 6. 14. 16:50

 

밤꽃

 

洪 海 里

 

 

비가 오자

뒷산의 밤꽃여자 집안으로 뛰어든다

기다리던 사내라도 있었는지

홀딱 벗은 알몸이다

백주 대낮에, 슬며시,

물큰한 냄새가 산을 가려버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밤꽃이 낮이라고 낮꽃이 되겠는가

홀딱 벗고 우는 검은등뻐꾸기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어디로 갔나 했더니, 물씬,

잘 익은 사내

방안에 밤나무 한 그루 심었다

뻐꾸기 울음이 흠뻑 젖었다.

 

- 꽃시집『금강초롱』(2013, 움)

 

 

 

 

'꽃시집『금강초롱』(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꽃이 피면 바람 분다  (0) 2010.04.15
<시> 할미꽃  (0) 2010.03.29
오동꽃은 지면서 비를 부른다  (0) 2009.02.05
명자꽃   (0) 2009.02.05
<詩> 찔레꽃에게   (0) 20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