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치자꽃 뻐꾸기

洪 海 里 2009. 6. 8. 05:17

 

♧ 치자꽃 뻐꾸기

 

洪 海 里

 

    

마당가 치자꽃 벌자

뒷산 뻐꾸기 내려와

꽃 속에 들어 신방 차리네

빨간 혓바닥으로 꽃잎을 쓰다듬자

젖빛 꽃은 바르르 떨며 깜빡 죽고

농염한 몸짓으로

발기한 뻐꾸기 울음을 덮는

치자꽃 은은한 독한 향기

동가식 서가숙하는

뻐꾸기 한 마리 가슴에 품고

치자꽃은 해질녘 소리없이 낙화하네.

 

                          (시집『은자隱者의 북』1992)

 

*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l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