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복末伏 - 홍해리洪海里
드디어
눈이 맑아지고
감청에서 암록으로 다시
기름기가 걷히고 남는
백색 여운
한 시대도
도장徒長했던 이파리들도
무덥고 기인 밤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고
균형이 잡혀
이마에 와 부딪히는
물빛 바람빛 산빛 구름빛 살빛도
그물에 걸리지 않고
눈으로 가슴으로
햇살이 날아와 꽂힌다
번쩍이는 칼날
똑바로 떠라 똑바로
어쩔 수 없이 여름은 지나가고
하얀 뼈다귀
골목마다 가득히 쌓인다
하늘에 먼저 가을이 와서
구름장마다 가벼운 날개가 돋혀
어두운 우리들의 눈알을 모아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집『우리들의 말』1977)
*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 비타민 詩 』 홍해리 (0) | 2009.08.17 |
---|---|
[스크랩] 충북 시(詩) 사랑 물결 청주서 ‘첫 발’ (0) | 2009.08.17 |
<詩> 물치항에서 (0) | 2009.08.04 |
<시> 황태의 꿈 (0) | 2009.07.26 |
<시> 방짜징 (0) | 2009.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