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김 세형
뚝! 하고
모가지가 떨어져도
동백꽃은 마냥 적막하기만 합니다
흰 눈 위에
붉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습니다
그저 수줍은 얼굴이
순백의 침상 위에서 고요히 붉기만 합니다
단 하룻밤만이라도
순백의 저 적막한 침상 위에서
동백을 끌어안고 붉게 뒹글고 싶습니다
그래도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살'* 터이므로
결코 흰 침상 위에 하혈의 혈흔 따윈 남기지 않을 터이니
전 겁탈 죄책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 입니다
아니, 조금의 겁탈죄도 용서치 않아
하늘이 제게 시퍼런 얼음칼을 내려
뚝! 하고
모가지가 떨어진다해도
저 또한 마냥 적막할 것입니다
* 홍해리 선생님의 시
『동백 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를 읽고
* 위의 동백꽃은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따 왔음.
<詩>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洪 海 里
뚝!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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