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시집『우리들의 말』1977 에서
가을 / 홍해리
만났던 이들을
모두 버리고
이제 비인 손으로
돌아와
푸른 하늘을 보네
맑아진 이마
오랜만에
만나는
그대의 살빛
無明인
내가
나와 만나
싸운다
잠 속에서 / 홍해리
일어나자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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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말 / 홍해리
거리를 가다 무심코 눈을 뜨면
소금맛 / 홍해리
소금이 짜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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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 홍해리
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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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습 / 홍해리
간밤 잠 속을 날던
목이 긴 학이
하늘 어느 곳을 어지러이 날다
새벽에 돌아와
풋풋풋 깃을 치고 있다
비바람은 몇 번인가
설레이다 가고
굳은 잠의 사원도 문이 열렸다
달빛도 어느 만큼 달아나고
허공중 어디쯤서
새벽산이 울고 있다
아득하던 꽃소식도 머리맡에서
언뜻 화창하게 일어서고
겨울 지나 몸난 들말 떼
하늘로 하늘로 오르고 있다
무심한 보리밭가
사랑에 눈을 뜬
동네 개들이 모여
컹컹컹
생명연습을 하고 있다.
see no evil, hear no evil, say no evil
텅 빈 귀 / 홍해리
밤낮없이 시장기가 드는 나의 귀
바람소리 폭포소리만 귓전을 친다
우리는 귀를 막고 우리는 들으려 한다
죽은 소리는 소리가 아니다
천 리 만 리 밖에서도 가득차오는
산 소리가 하늘빛 깨치면서
산빛으로 물빛으로 달려가고 있다
죽은 꽃이 떠가는 허공중으로
목금을 찍고 있는 까치 몇 마리
새벽녘이 그들의 광장이라면
사내야 눈감고 달려가는 사내야
길이 보이느냐 죽음으로 가는 길이
텅 빈 귀에 난 길을 타고
달려가는 바람소리는 뜨겁다.
풀과 바람, 나의 詩 / 홍해리
혼자서 스러지고 혼자서 운다
논두렁서 겨우내내 혼자서 앓는
빨간 쓴 나물 뿌릴 위하여
모래알 속에서 하루가 저물고
바람 속에서 하루가 저물고
바람 속에서 한 세기가 깨어난다
늪 위에 둥둥 떠서
한 생애가 바래고
빗속에서 천둥 속에서
한 목숨이 부끄러이 닦이우고 있다
때아니게 등을 치는 허기
슬슬슬 달려와 파도는 일어서고
가새풀숲을 지나 싸움을 돋구는
뜨거운 바람소리
하루를 돌아와 다 잠든 지구의 한 편에서
빨간 살을 내놓고 글을 쓴다
일어서다 스러지고 스러지다 일어서는
나의 시 나의 노래여
포기와 연민과 오류와 절망에 익숙해지는
완전한 불완전인 나의 낮과 밤
저녁 한밤 잠든 어린아이의 눈을 만나
유쾌한 잠시의 친화
바람은 어디나 있어도 잡히지 않고
불타는 빈 들의 저쪽
어둠 속으로
이슬이 내려 먼 곳에 들리는 인기척
시간은 끝이 보이지 않고
기다리는 자는 기다림에 익숙해
바람을 일으키는 풀잎은 스러지고
스러지는 바람으로 풀잎은 일어선다.
겨울 밤에 깨어서 / 홍해리
깊은 밤의 칠흑을 다 이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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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없음 / 홍해리
한 시대의 뒷꽁무니에 헐떡이면서 * 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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