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시월 / 홍해리

洪 海 里 2009. 10. 17. 06:25

 

 

[시가 있는 아침]
 
‘시월’
[중앙일보] 2009년 10월 16일(금) 오전 00:06 

 

시월 


      洪 海 里


가을 깊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 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온 세상이 빛과 소리에 취해


원형의 전설과 추억을 안고


추락,


추락하고 있다.


 

투명한 보랏빛 구슬 자잘자잘 깨어진 사금파리. 여름내 반짝이던 싸리꽃 자지러든 자리 갈대꽃 피어, 피어 은빛살 출렁이고. 금방이라도 끊길 듯 팽팽한 하늘 투명의 심연. 비스듬히 내리꽂히는 은빛 금빛 햇살 만릿길 떠나야 할 새들 하늘 길 긋는데. 우듬지 위태롭게 앉아 이별과 조락 예감하는 투명하고 씁쓸한 심사. 시월 한가운데 되풀이되는 가을 원형의 전설. <이경철·문학평론가>


 

 

 

음악/ 산마루에 올라 / 대금, 피리 합주곡

출처 : 황혼이 내리는 언덕
글쓴이 : 문지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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